[국내축구] 동아시안컵 MVP 황인범, 진정한 ‘황태자’로 거듭날까

[국내축구] 동아시안컵 MVP 황인범, 진정한 ‘황태자’로 거듭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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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팀·전술·컨디션에 따른 기복 줄여야

 

 

한국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23)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자신의 장점을 상대팀이나 전술에 구애받지 않고 발휘할 수 있다면 동아시안컵보다 더 높은 레벨의 대회에서도 파울루 벤투 감독이 보내는 신임의 이유를 증명할 수 있을 전망이다.

황인범은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챔피언십 일본전에서 전반 28분 왼발 결승골을 터뜨려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황인범은 한국이 넣은 4골 중 2골을 책임지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황인범이다. 그는 그동안 큰 비난을 받아 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황인범은 불안한 볼 키핑과 패스미스로 상대 역습을 허용했다. 밀집수비를 뚫어낼 창의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이번 대회에선 달랐다. 수준 높은 침투패스나 넓은 시야를 보여준 공격 전환, 볼 키핑 능력까지 큰 호평을 받았다.

역할 변화는 반전의 이유다. 유럽파가 포함된 대표팀에서 황인범은 공격적인 이재성과 남태희, 수비에 치중한 정우영 사이에서 공수 모두에 기여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과부하가 걸려 잦은 미스가 나왔다. 반면 동아시안컵에서 황인범은 손준호, 이영재 등 활동량과 압박을 갖춘 미드필더 위에서 공격에 치중할 수 있었다. 현영민 JTBC 해설위원은 “황인범은 공격 재능을 갖춰 높은 위치에서 뛰면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상대팀과 대회 수준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 23세 이하 선수들을 다수 포함시켰다. 중국도 감독 교체 후 불완전한 전력이었다. 홍콩도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 게다가 월드컵 예선과 같은 비중 있는 대회가 아니라 상대팀들이 밀집수비로 내려앉지도 않았다. 황인범의 패스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이유다. 장지현 SBS Sports 해설위원은 “황인범은 상대가 내려섰을 때보다 치열하게 치고받는 경기에서 장점을 더 발휘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소속팀 밴쿠버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장거리를 이동해 경기를 치르며 떨어졌던 컨디션을 시즌 종료 후 충분한 휴식으로 끌어올린 것도 활약의 비결로 꼽힌다.

 

 

황인범이 활약을 이어가기 위해선 상대팀이나 전술에 구애받지 않고 장점을 펼칠 수 있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단 평가다. 벤투 감독은 ‘다재다능함’을 황인범의 장점으로 꼽는다. 앞으로도 공수 모두에 기여하는 멀티플레이어의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컨디션과 체력 관리는 물론이고 내려선 상대팀을 허물 수 있는 노하우 마련, 유럽파 공격진과의 조화까지 꾀해야 한다. 벤투호의 ‘황태자’이기에 짊어져야 할 큰 책임이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황인범은 볼 간수와 패스, 시야가 좋은 선수인데 상대 압박이 심하거나 동료들의 움직임이 둔할 경우 평범한 선수가 된다”며 “주변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장점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그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조언했다.

황인범도 이를 알고 있다. 그는 대회 종료 후 “(나에 대한 팬들의) 평가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움직임을 배웠다. 이 대회가 축구 인생에 있어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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