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두 대회 연속 4강'이라는 쾌거를 이룬 김은중호가 팬들의 환대 속 한국 땅을 밟고 위대한 여정을 마무리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팬, 취재진, 관계자 등을 합쳐 200여명이 선수단의 귀환을 반긴 가운데 김 감독과 주장 이승원(강원)이 '브론즈볼' 트로피를 들고 모습을 드러내자 격려의 박수가 입국장을 가득 메웠다.

입국 직후 열을 맞춰 단체 사진을 찍은 대표팀은 환영 행사가 열리는 공항 제2교통센터로 이동했다.

선수들이 꽃다발을 들고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자 팬들은 유니폼을 들고 뒤쫓아가면서 열띤 환호와 성원을 보냈다.

2019년 폴란드 대회 정정용호의 준우승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아르헨티나로 떠난 선수단은 조별리그를 무패로 통과하는 등 승승장구해 팬들을 설레게 했다.

스타 선수가 없어 '골짜기 세대'라는 평가까지 받는 등 무관심 속 대회를 준비한 대표팀은 에콰도르와 16강, 나이지리아와 8강전을 모두 잡으며 기어코 4강 무대를 밟았다.

대회 준우승팀인 이탈리아와 4강전에서 후반 41분 통한의 결승 골을 내주며 한 끗 차로 '어게인 2019'의 목표는 이루지 못했고, 이스라엘과 3위 결정전에서도 져 4위를 최종 성적으로 받았다.

그러나 김은중호가 써 내려간 치열한 분투기는 팬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상시로 훈련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어렵게 다져낸 조직력을 토대로 모든 경기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끈한 축구를 보여줬다.

세트피스를 활용한 '한방'으로 단숨에 전황을 뒤집는 '실리 축구'로도 무장해 한 수 위 체급이라 평가받은 강호들을 줄줄이 잡아냈다.

김은중호의 도전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3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0 아시안컵 4강에 올라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낸 김은중호는 갑작스러운 개최지 변경이라는 변수를 맞닥뜨렸다.

상대적으로 익숙한 인도네시아에서 지구 정반대 지역으로 장소가 바뀌면서 준비 과정도 요동쳤고, 김 감독을 필두로 한 코칭스태프의 고심도 깊어졌다.

유럽파 이현주(바이에른 뮌헨) 등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고, 조별리그 중간에는 귀중한 스트라이커 자원인 박승호(인천)가 발목 골절상으로 조기 귀국하는 등 부상 악재도 헤쳐왔다.

'고난의 서사' 마지막 장면은 팀의 간판으로 거듭난 주장 이승원(강원)의 '브론즈볼' 수상이었다.

이는 최우수선수인 골든볼, 2위 실버볼에 이어 3번째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인정받은 선수에게 주어진다.

K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무명'인 동료들의 설움을 등에 업은 이승원이 우리나라 축구 팬들에게 제대로 이름을 각인시킨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최전방을 책임진 이영준(김천)의 수원FC 시절 유니폼을 들고 공항을 찾은 송모 군은 "고등학교 3학년인데 부모님 허락까지 받아 학교도 가지 않고 여기에 왔다. 

이번 대회에서 공격수가 없어 홀로 전방에서 버텨야 했는데 정말 잘해줘서 고마웠다"고 감사를 전했다.

'골 넣는 수비수'라는 수식어를 얻은 최석현(단국대)의 팬이라는 오모(21) 씨는 "월드컵을 보면서 최 선수의 팬이 됐다. 골을 넣고 환호하는 모습이 귀엽고 멋있었다"며 "앞으로 프로에서 어느 팀으로 가든 계속 응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K리그 각 구단 직원도 활약한 소속팀 선수들의 귀국 현장을 찾은 가운데 강원FC 관계자는 꽃다발을 들고 브론즈볼에 빛나는 이승원의 '금의환향'을 맞이했다.

함께 싸운 동료들을 맞이하러 목발을 짚고 공항에 온 박승호도 취재진에 4강행을 이룬 김은중호가 자랑스럽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남자축구의 위력을 세계 무대에서 증명했다는 자부심을 품고 돌아온 선수들은 환영 행사를 마친 뒤 소속팀으로 돌아가 출전 경쟁이라는 또 다른 도전에 매진한다.